Paul Valéry (1871 – 1945)
폴 발레리라는 이름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순수 지성’의 동의어다. 시에서 비시적(非詩的)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언어의 음절과 리듬, 음향과 의미가 상호 조응하는 완벽한 공명 장치만을 구한 그의 노력은 보들레르와 말라르메의 전통을 따른 것이긴 하나, 몇 가지 점에서 독보적인 빛을 발한다.
우선 그는 물리적 결과물인 시 작품보다 시를 창작하는 과정의 정신 활동 자체가 의미심장함을 간파했다. 또한 깨어 있는 의식의 투명도를 극대화하면서도 그 속에 틈입하는 불투명한 정동(情動)의 교란을 소중하게 끌어안을 줄 알았다.
시를 하나의 수학적 인식 틀로 보고, 언어의 조작을 통해 정신의 메커니즘을 규명코자 한 점은 문학역사상 더 파고들 여지가 없을 만큼 본질적이고 획기적인 기도(企圖)다. 발레리에 이르러 시는 고도의 지성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지적 유희’가 되었다. 적어도 시의 형식미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대의 모든 시인은 발레리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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