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 처음 만나는 꽃봉오리 (feat. 제우스)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아티초크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흔한 식재료이자 관상용 식물입니다. 아티초크는 지중해 연안이나 캘리포니아처럼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에 적합해서 한국에서는 재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최근 호남과 제주 지방에서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걸로 보아 한국의 농부들에게 새로운 소득 작물로 각광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티초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식재료답게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티초크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식물이었고, 아들을 낳게 해주는 특효 식물로도 각광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는 아티초크를 흉물로 봤습니다. 이래저래 아티초크는 “사연 가득한 꽃봉오리”라고나 할까요? 그 사연의 시작은 그리스신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나리 섬에는 키나라(Cynara)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제우스가 형제인 포세이돈을 만나러 바다에 갔다가 둘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지게 되죠. 제우스가 인간인 키나라에게 매료된 이유는 신 중의 신인 자신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군요.
키나라에 푹 빠진 제우스는 그녀를 여신으로 맞이해 올림피아 근처로 데려와 살게 합니다.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둘은 왜 함께 살지 않을까요? 아내인 헤라 때문인데요, 헤라가 신전에 없는 날이 곧 제우스가 키나라와 사랑을 나누는 날입니다. 하지만 아내 몰래 나누는 사랑도 하루 이틀, 무작정 제우스를 기다리는 것도 하루 이틀, 키나라는 지독한 향수병에 걸려 제우스 몰래 인간세상에 내려가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요.
키나라가 인간 세상에 내려 간 날이 하필이면 헤라가 신전을 비운 날이고, 고로 제우스는 이때다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키나라를 보러 갔지만 그녀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수틀리면 사랑이고 뭐고 없는 제우스는 키나라를 인간세상에 떨어트려 버리고, 그렇게 떨어진 키나라가 현재 우리가 아는 아티초크 꽃봉오리로 변했다고 해요. 아티초크의 학명 ‘키나라 스콜리무스(Cynara scolymus)’도 바로 그녀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다음 번 포스팅에서 아티초크의 험난한(!) 손질 과정을 만나 보세요.
댓글등록